일도 하고, 여기저기 구경도 많이 하고 이제야 어학 공부에 대해 말하려 한다.
마이애미비치에 도착 하자마자 며칠간 유스호스텔에 머무는 동안 길 건너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을 보면서 '저긴 뭘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Language Center.. 보통 학원이나 학교는 Academy, Institute, School, 뭐 이런걸 쓰기 마련인데 Center라...
건물엔 각국의 국기들도 걸려있고 건물 디자인도 아기자기하다.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한 러시아 친구가 그곳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나도 한번 가봤다.
학원비 : 4주에 $299.
주 4회 하루 2시간씩.
한달에 30만원 돈이면 한국과 다를게 없다.
룸메이트도 소개시켜준 고마운 학원인데다가 영어도 배울 수 있으니 $299 정도야 가뿐했다.
무엇보다도 일자리가 생겼기에 부담이 없었다.
학원에서 만난 에스테르. 스페인 사람인데 So Hot이다.
치마를 입은 채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그녀. 지각을 매일 한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지각을 한다.
왼쪽부터 마를린, 에스테르 |
남미 사람들의 시간 개념은 우리랑은 많이 다르다.
지각을 했다고 해서 허겁지겁 교실로 들어오지 않는다.
로비에 비치된 커피포트에서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내린다.
느긋하게 커피를 손에 든 채로 교실 문을 열며 웃으며 인사한다.
덕분에 지각 한번 안하던 나도 지각이 자연스러워졌다.
학원. 친구들과 |
학생은 6명에 선생님은 캐나다인이다.
사실 학원도 도움이 많이 됐지만 무엇보다 한국인이 없는 환경에서 홀로 지냈던 것이 언어를 배우는 것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
집에 가도, 일을 하러 가도, 밖을 돌아다녀도 영어를 써야만 하는 환경이었고 한국에서 나름 정말 열심히 단어암기, 문법, 독해를 했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학원수업 두 시간은 훌쩍 가버렸고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일터로 출근을 한다.
마를린과 |
자전거를 타고 오는 마를린 |
내가 마이애미를 떠나던 날
"조~ Kiss me~"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볼을 내밀었던 마를린과 에스테르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왜 페이스북이 그때는 없었을까?
마를린은 웃음도 많지만 말도 많다.
문법도 엉망인데다가 말도 참 빨라서 영어로 말을 시작하면 몇몇만 알아듣는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창피해 하거나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특유의 당당함으로 선생님을 나무랄 정도. 덕분에 웃을일도 참 많았다.
우리도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마를린처럼 한다면 언어학습이 더 재밌어겠지?
즐거운 학원 생활.
특정한 생활반경이 정해져있는 어학연수가 아닌 관광비자를 받아서 놀면서, 불법으로 일도 하면서, 취미로 학원도 다니면서 이러고 있다.
내게 다신 없을지도 모를 20대의 특별한 여행.
충분히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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