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서의 일상 1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교회도 가고, 장도 보고, DVD를 보다 잠이들고,,, 일요일이다.

잡지를 읽다가 문득 친구들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이곳에서 아는 유일한 3명의 한국 친구들. 

나: 오늘 너네 일 끝나면 같이 영어공부 하자.
세리 : 그럼 우리 일 6시에 끝나니까 우리집에서 밥 먹고 같이 공부하자. 우리 오늘 비빔밥 먹을거야.


링컨로드, 플로리다
링컨로드, 플로리다

비빔밥이란다. 횡재했다!!

이날 저녁, 고추장에 열무김치와 참기름을 밥에 슥슥 비벼서 계란국을 곁들여 먹었다.

너무 고마운 친구들. 미국에서 비빔밥을 먹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한인 타운이 어딘지도 모르는 나에겐 비빔밥은 당연히 못 먹는 음식이었다.
플로리다의 저녁






디저트로 커피는 내가 샀다.

링컨로드 테이블에 앉아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높이 솟은 야자수 나무사이로 비치는 달을 보며,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공부는 하지 않으며,,, 그날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미국에서 아르바이트하기 팁 하나.


이곳 사람들은 한국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심하게 게으르다.

내가 사장이었다면 속이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요리사는 요리만 하고 배달의 기수는 배달만 하고 카운터매니저는 카운터만 본다.

매니저가 있으면 가끔 청소 등 다른 일도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때뿐이다.


이런 꼴을 가만히 보고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나라도 움직여야했다.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은 당연했고, 한국에서 자라며 몸에 벤 특유의 빠릿빠릿함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시간이 날때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 예를 들면 프렌치프라이 준비, 소스준비, 바닥청소, 테이블 정리, 고작 이런 일들을 조금 더 할 뿐인데 이 때문에 매니저로부터 최고의 신임을 얻게되었다. 

나의 별명 하나 ‘윙킹(Wing King)’.  Wing Zone(상점 이름)의 왕이라는 뜻이다.

나는 여기서 불리는 이름이 많다.
조조, 초초, 쪼쪼, 존, 조, 숀, 윙킹, 슨희, 생희, 이게 다 내 이름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 때문인지 이곳에서 오래 일한 배달의 기수 루이도 아직 카운터의 돈을 만지지 못하는데 나는 그곳에 손을 댈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왼쪽부터, 배달의 기수 루이와 레이

카운터 옆에 있는 팁(Tip) 박스의 돈은 내가 일하는 시간엔 나에게 다 챙겨준다.
다른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동의를 해주었다.
혼자서 이런 여행을 하는 내가 내심 부러우면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다고 한다.
고마운 친구들. 참 감동이었다.


또다시 돌아온 즐거운 주급받는 날.

주급을 받고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간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슨 일이든 열심히!
간단한 듯 하면서도 이것이 정답이다.

서양식 인사. 그 친근함의 표현이 좋다!


세상엔 많은 인사법이 있다.

허리를 90 굽혀 하는 인사.
손을 맞잡고 흔드는 악수.
가볍계 하는 목례.
흑인들이 주로 하는 눈 살짝 내리깔며 고개 치켜들며 와썹~ 하기.
그중 가장 맘에 드는 인사는 뺨과 뺨을 맞대며 하는 인사
이게 좋다.
대박이다.

왼쪽부터 로미나, 엘리우드, 이름 모름, 마를린,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아줌마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혹시라도 한국 사람들 약속 안지킨다고 오해 할까봐 제시간에 엘리자베스 아줌마네 집으로 찾아갔다
손에는 주스 한병 사들고 발걸음은 매우 가볍다.
로미나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엘리자베스 아주머니와 로미나가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Hi (안녕?)
로미나 : holla, como estas? (올라, 꼬모에스따스? <스페인어>)
(hi, how are you?)
만나자마자 로미나가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는 그런 인사를 한다.
, 뻘쭘!! 
로미나가 너무 예뻐서 살짝 굳었다.
서양식 인사가 좋다
서로의 볼에 뺨을 맞대며 살짝 가볍게 키스를 하는 정겨운 인사가 좋다.
그렇게 인사 한번 하고나면 친해지는 기분이다.

왼쪽부터 로미나, 나, 엘리우드, 마를린, 엘리자베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대화를 시작했다

사실 영어공부를 하러 모인 자리라기보다는 친목도모 정도의 자리였다

엘리자베스 아줌마가 아이스크림을 가져온다
숟갈 입에 물고싸부로쏘(맛있다.)” 라고 말하면 함께 웃는다

가벼운 대화 마디와 간식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하나의 잊지못할 추억이 만들어진다

즐거웠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일터로 시간이 다가온다.  

정말 아쉽다
아쉬움을 말로 표현을 수가 없다.

평생 친구들이랑 여기서 영어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쩔 없이 가방을 둘러메고 가려 하는데 로미나가 “Don't forget this.”라고 말한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한다.

, 뻘쭘!! 로미나가 너무 예뻐서 살짝 굳었다.

이번엔 나도 가볍게 뽀뽀를 해줬는데 볼이 마치 아기피부같다.
 대~~박.

서양식 인사가 좋다. 맨날 이렇게 인사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엘리우드, 로미나, 엘리자베스



그날 일터로 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무겁던지, 빨리 다음날 학원에 가서 로미나랑 인사하고픈 마음만 간절했다.



스페인 친구들과 함께 언어교환을.


Elizabeth : 꽌또 에스뚜디아 머라머라머라머라고.
나 : ?
Elizabeth : 에스뚜디아 꼰 미고 블라블라블라....
나 : I'm sorry, I don't speak Spanish. (나 스페인어 못해요...)
Marlyn : She wants to study English with you, cho. (엘리자베스가 너랑 영어공부 하고싶대.)
나 : Oh really? why not? (진짜? 좋지!!)
왼쪽부터 엘리우드, 로미나, 엘리자베스. (할로윈 파티때.)

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는 스페인어를 말하는 사람이 90% 이상이다. 
엘리자베스는 멕시코, 로미나는 베네수엘라 사람인데 영어를 거의 말하지 못한다.


하루는 둘이서 I doesn't... 이런 문장을 쓰고 있길래 I don't로 고쳐준 적이 있다.
나 : I doesn't, no. 
I, You, do. 
He, she, Tom, whatever,, Does

(I doesn't 아니에요. I, You do 쓰고, He, She, Tom, 이런건 Does 써야해요.)




그들 : ah~
그 때문인지 엘리자베스 아줌마가 함께 영어공부를 하자고 한다.
게다가 로미나는 와... 너무 아름답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미녀같다.

왼쪽부터 로미나, 나, 엘리우드, 마를린, 엘리자베스

이번주 금요일에 엘리자베스 아줌마의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금 플로리다는 가을시즌이다.

여름시즌에는 날씨도 매우 덥고 짤막한 비도 매일 오곤 했는데 가을이 되면 날도 선선하고 비도 오지 않는다.

시원하고 상쾌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덥긴하다.

일하지 않는 날엔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다.


지금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와있다.

나는 집도 있고, 일자리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핸드폰도 있고, 학교도 다니고 있고, 스케이트보드도 있다.



여기는 마이애미비치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행복하다.

불과 한달 전만 해 외국에 나가는 것이 마냥 두렵고, 자신 없었는데 이곳 생활에 이토록 익숙해 있다는것이 놀랍기만 하다.
모든 것이 익숙해져가는 지금, 이제는 다른 곳으로 여행을 때가 같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서
4주후, 다음 목적지는 뉴욕 (NYC)이다.




세계속 한국의 이미지







아침에 일어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상쾌한 기분으로 일을 하러 간다.
수영 실력은 맥주병이나 다름없었는데 수영 실력이 꽤 늘었다.

잠깐 지금까지의 생활을 돌아보니,
내 자신이 어이가 없으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주 4일을 일 하곤 했는데 매니저가 날 워낙 좋아해서 주5일로 근무 시간을 늘려주었다.
불법으로 일 하는 주제에 근무 시간도 늘고, 원하는 날에 쉬게 끔 허락도 받았다.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주어진 일은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화 주문 받기 연습



우리나라 모든 서비스 업종, 아니 거의 모든 업종을 보면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으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그러면 그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렇지 못한 가게는 파리만 날리곤 한다.

또 한 가지,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 단순히 닭 날개를 튀기는 일이지만 일을 할 땐 내가 한국의 이미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닭 튀기는 설정 샷




소니, 혼다, 렉서스 , 토요타 등이 일본의 이미지 이고, 삼성, 현대, 엘지 등은 한국의 이미지이듯,

나도 나 자신이 한국의 이미지라고 생각을 하고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나에게 붙은 별명 하나. 
Wing King. 
상점 이름은 Wing Zone 이고 그곳의 왕은 나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외국 가서 닭이나 튀기는 주제에 잘 난 척은."

하지만 쥐뿔도 없는 강원도 청년이 혼자서 미국여행 한번 해보겠다며 미국으로 날아가 그 과정을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이 나에게 남겨준 것이 돈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문턱에서 난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을 얻었다.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다시 찾으면 반갑게 맞아줄 친구들.
다른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
돈 쓰며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다닌 관광이 아닌, 
현지 문화에 직접 젖어들어 사람들과 교류하며 즐거움을 함께 나눈 여행을 했다는 것.
내 여행으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으로 충분하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미국 플로리다의 무료학교. Miami Dade County School 드디어 입학.


입학 시험을 치룬지 3일후 반 배정을 받기 위해 다시 학교에 찾아갔다.
리스닝 테스트를 다시 해야한다고 한다.
이유는
“Your English is too good."
이라는 것이다. 어쩐지 문제가 너무 쉽다 싶었다.  
왠지 잘난 척 하는 것 같아 좀 그렇다.




다시 리스닝 테스트를 치루고, 

다음날 또다시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A~F반 까지 레벨별로 편성되어 있는데 가장 레벨이 높은 F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생증 앞면

학생증 뒷면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한국에서 시험에 강한 영어를 공부한 게 도움이 있었나보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취약했었던 스피킹도 많이 늘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영어로 말을 하기 때문. 
그래도 부족한 감이 많이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성장 한 걸 스스로 느낄 정도이다.


금새 친해진 친구들과.
여행을 하며 남는 건 사진과 사람들.







미국 플로리다. 무료 영어학교 들어가기.



여기는 마이애미 데이다 카운티 스쿨 (Miami dade county school)

남미와 가까운 플로리다는 지리적 이유 때문에 남미 사람들이 참 많다.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 만큼이나 많고, 그러다 보니 그들을 위한 무료 영어학교도 있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남미 사람들은 영어를 말하긴 하는데 문법, 발음이 엉망인 경우도 많다.

그 이유중 하나는 자신들의 커뮤니티가 워낙 거대해서 영어를 전혀 말하지 않아도  미국에서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테스트를 받았다.



예정된 시험시간이 오전 9시라서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시험 준비를 했다. 

시스템은 토익과 비슷했고, 난이도는 정부의 지원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기관이라 그런지, 아니면 영어를 전혀 말하지 못하는 남미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많이 쉬웠다.

첫 번째 관문, 듣기 테스트.
문제 1. How old are you?
① I am Jane.
② 21 years old.
③ by bus

첫 문제가 위와 같은 문제였고,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난이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음 관문은 독해 테스트.

시험감독관이 이번엔 어려울 거라고 했지만 리스닝 테스트 난이도를 보면 이번에도 크게 걱정 안해도 될 듯 싶었다.

‘40분 뒤에 일 가야되는데...’
문제를 펼쳤는데 지문이 길다. 낭패다.
32문항. 주어진 시간은 40분.
예전에 편입시험을 보던 힘을 쥐어짜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한문제, 한문제 급하게 막 풀어나가는데 주머니에선 누군가 전화를 하는지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일 가야되는데 늦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고,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똥줄이 탄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 드디어 마지막 문제 32번, 끝.! 
시계를 보니 이미 11시가 넘었다. 일터로의 첫 지각이다.
“최종 면접은 다음주 수요일에 있어요. 수요일 아무때나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시험을 마친 후 나의 사랑스런 일터에 전화 건다. 
매니저 애란이 받는다.
사랑스런 나의 일터. Wing Zone


“thank you for choosing wingzone. pick-up or delivery?”
(윙존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져가시겠나요? 배달을 해드릴까요?)

“hey, Eran, it's me, Cho."
(에란, 나 승희야!!)
"Oh my God, Chao!! everything ok?"
(오~조~! 별일 없지?)
"yes, but I've just finished my test at school. I can go there after 10minutes."
(어, 괜찮아. 그런데 나 지금 방금 학교 시험이 끝나서 10분 후에나 여기서 나갈 수 있어)
"oh my God, Chao!!~~!!
(안돼~!! 조!!!)

"nonono, in 10 minutes, I can get there in 10 minutes, ok?"
(아니아니아니, 10분 안에, 10분안에 도착 할 수 있어!! 오케이?)
"ok, hurry."
(알았어 빨리와.)

아직 말하는 것이 서툴다. 

여기는 플로리다. 난 그림 그리는 남자.



나의 그녀 So~Hot 에스테르. 말이 참 많다. 
건강하고 발랄한 그녀. 
상큼하기까지 하다.

왼쪽부터 마를린, 에스테르



학원을 다니면서 많이 친해졌다. 
취미가 뭐냐고 나에게 묻길래 그냥 생각 없이 "그림 그리기야." 라고 했더니
사진을 주면서 자기좀 그려달라고 한다.

초등학교때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긴 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려본적이 거의 없으니 잘 될리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가


이렇게 흉칙하게 변했다.


처음 그린 그림이 마녀같이 되어버려서 또 다시 그렸지만 그것도 마녀같고,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역시 마녀같다.

안되면 대기하라.

어쨋거나 이날은 에스테르가 감사의 의미로 멕시코 음식 타코를 샀다.

여행 하면서 남는건,
사람과 사진.

사람과 마주치고 만나는것.
그들과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한다.





발견! 마이애미의 무료 영어학교 <마이애미 데이다 카운티 스쿨; Miami dade county school>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엔 초등학교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옆엔 스쿨버스도 세워져 있고, 아이들도 보인다.
초등학교인가보다 하며 별로 관심도 가지지 않고 매일 지나치곤 했었는데 이럴수가, 영어를 공짜로 가르쳐주는 학교도 그 안에 있다고 한다. 

피잣집에 들렀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다. 

이제 학원비 $299 굳었다.




바로 행동에 옮긴다. 
피자는 나중에 시키고 일단 학교로 들어본다. 

처음엔 어디나 그렇듯 갈 길을 몰라 여기저기 서성이는데 Counselor room이 눈에 띈다.

나의 여권, 휴대전화 번호, 은행 계좌를 체크 하더니 OK,

수요일에 인터뷰를 받으러 다시 오라고 한다.
수요일.

간단한 인터뷰 후 입학을 하나보다 하고 생각 했는데 영어시험을 보았다.

오늘 시험을 보기로 되어있는 학생들은 4명, 하지만 컴퓨터 전산이 작동하지 않아 시험은 금요일로 연기되어서 그길로 바다에 수영을 하러 간다.

조급해 할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없다. 
그냥 모든 게 여유로울 뿐. 
수요일과 일요일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 나름 주 5일제다. 
여유롭게 수영을 하러 바다로 나간다.




여행시 필요한 것들.


나는 준비성이 많이 없는 편이다.  
즉흥적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일단 하고본다. 
준비도 많이 안하고, 생각도 많이 안하고, 그냥 저지르고 본다.
5개월이 넘는 미국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그 흔한 캐리어 하나 구입하지 않았다. 
'이게 필요한가?' , 
'무거울 것 같은데?', 
'이건 가면 있겠지.'
슬리퍼도 하나 안챙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하고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막상 또 여행을 한다면 그때보다 짐을 덜 가지고 갈 것 같다.

호스텔에 며칠 묵으면서 만난 친구의 여행 가방을 보고 '와, 저런 것도 있구나..' 했다. 
등에 메고 다닐 수 있는 커다란 백팩. 
저거 하나 있으면 세계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왼쪽 :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의 가방. 오른쪽 : 내가 가져온 전부.

누군가 물었다.
"너 여행가방 무거워?"
"아니 별로."
"그게 니 인생의 무게야."

짐이 많으면 인생도 여행도 무거워지나보다. 뭐든 간단한게 좋다. 

내가 가진 전부는 작은 배낭 하나,  카메라, 옷 3벌, 속옷 몇개, PDA 이게 다이다.  칫솔도 깜빡해서 미국 공항에서 구입했다. 

슬리퍼도, 수건도 없다. ‘가면 있겠지.’ 가 내 주된 생각이었고, 가면 있었다.

집주인 토니가 티를 여러장 줘서 플로리다에 있는 내내 옷장이 넘쳐났다.



비상시 필요한 약도 꼭 챙겨가라고 한다. 
물론 긴급 상황을 대비해서 약도 종류별로 챙기면 좋지만 그냥 왔다.
단지 이것 저것 많이 들고다니는게 싫었다.

학창 시절엔 가방도 안들고 다니고, 책도 학교에 놔두고 다니고, 주머니도 항상 비워놨다. 
무언가가 주머니에 들어있으면 귀찮고, 빨리 빼버리고 싶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다니는거 싫어하고, 
그래서 군대에서 참 힘들었다. 
철모도 써야하고, 허리엔 요대도 차야하고, 수통도 달고, 탄창도 달고, 어깨에 총도 매야하고 이것저것 참 많다. 
게다가 행군을 하는 날이면 ....

“내가 아프러 가니?” 라고 얼버무리며 그 흔한 밴드도 가져오지 않았다.

미국에 온지 이제 3주가 되어간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4주차. 

벌써 보름이 넘는 시간이 흘렀구나.

군에 입대 후 훈련소에서 1주차, 2주차, 3주차,,, 명찰에 한줄, 한줄 매직으로 까맣게 칠해가며 시간을 보내던 생각이 난다. 

5주차 훈련이 끝나면 진짜 군 생활이 시작이 되는 것처럼 나도 미국에서 5주를 보내면 진짜 미국 생활이 시작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