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뉴욕 일자리 급감.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치다.



이른 아침, 친구가 피곤에 지쳐 잠들어있는 사이,
세탁소에 가서 빨래를 돌려놓고 뉴저지(Jew Jersey)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길거리에 교회가 보여 들어가 기도도 하고, 얼마 없는 돈에서 헌금도 했다.
빨래가 다 되었을 무렵 빨래방으로 돌아가 정리를 하고, 일자리도 구할 겸 구경도 할겸 맨하탄으로 나간다. 
마치 거대한 서울을 보는 듯 한 느낌이다. 
사람과 차는 북적북적 하지만 어느 상점에도 마이애미에서 처럼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Help wanted' 혹은 'Now hiring' 이란 문구가 붙어있지 않다.
그렇게 여기 저기 맨하탄 거리를 서성이다가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발견. 



마이애미에서 했던 것 처럼 무작정 보이는 가게마다 들어갔다.
들어가는 가게마다 다 퇴짜를 맞았다.
돌아다니다 지칠 때 까지 퇴짜를 맞았다.

뉴욕경기 세계 제 2차대전 후 최악
2008년 12월... 세계 경기가 말이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은 하락을 보이고 일자리는 하루에도 수천개씩 없어진다. 
하루 종일 일자리를 구하려고 돌아다녔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지금은 바쁜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대답 뿐,

몇 군데는 전화번호를 남기고 오긴 했지만 전화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돌아다니다 지쳐 서점에 들어와 잠시 앉아있는데 너무 피곤하다. 
마음도 몸도 피곤하지만 벌써 지치긴 이르지!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좋아하는 대사가 하나 있다.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니까!!”




당시 뉴욕타임즈 기사들

델타항공, 운행 감소에 따라 수용량 축소 결정. (2008. 12. 2)
올해 2000개의 일자리를 감소한 델타항공은 운행 감소로 인해 2009년 항공 수용량을 6~ 8% 축소 할 것이라고 발표.



Bank of America, 3년동안 일자리 35,000개 축소(2008. 11. 12)
Bank of America는 앞으로 약 3만개에서 3만5천여개의 일자리를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Alcatel-Lucent, 1000개 일자리 축소 계획 (2008년 12월 12일)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신장비 생산자인 Altatel-Lucent는 750만 유로 또는 900만유로를 절약하기 위한 CEO의 결정에 따라 1000개의 일자리를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3M, 일자리 1800개 축소. 내년 기대 전망치를 낮춤. (2008. 12. 8)포스트잇에서 스카치테이프등 모든 학용품을 생산하는 3M은 2008년 기대수입 전망을 낮추었다. 그리고 2009년 수입은 경기악화로 인해 월스트릿의 기대전망치보다 낮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뉴스에선 미국경제가 바닥을 찍었다, 아직 바닥이 아니다 라는 기사들이 무성했다.
이래서 일자리나 제대로 구할 수 있을까.
길거리에 나앉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한국에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내 여행은 거기서 실패다.



웰컴 투 뉴욕시티! Welcome to New York City!


Welcome to New York City

약 5시간 비행 끝에 비행기가 착륙을 하고, 뉴욕 공항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난 지금 뉴욕에 와있다. 

미국 여행 한번 해보겠다고 한국에서 막노동과 과외를 하며 돈을 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플로리다에서의 두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뉴욕에 와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막 자신감이 솟구친다.
짐도 그동안 조금 늘어서 가방이 바뀌었다.

마이애미에 있는 한 잡화점에서 산 가방인데 한국산 군용가방이다.
아직도 이 제품이 어떻게 거기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마이애미의 한 잡화점에서 구입한 한국산 군용가방


공항 밖을 나서니 찬 바람이 자켓을 뚫고 들어온다. 
청바지를 뚫고 차가운 초겨울바람이 들어온다.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도 마침 이 기간에 뉴욕여행중이라 맨하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공항버스를 타고 맨하탄으로 간다. 
뉴욕이다. 
거리엔 우뚝 우뚝 솟은 빌딩들로 가득 차 있고 노란 택시들, 정신없이 걷는 사람들로 시내는 가득 차 있다.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메디슨스퀘어가든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시간도 조금 남아있고, 현금뭉치를 들고 다니기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 보이는 Bank of America에 들어갔다. 
뉴욕의 야경


800불 중 300불을 ATM기로 입금을했는데 영수증엔 입금 내역이 없고 여전히 잔액은 $219이다. 
내 피같은 300불이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 


  TIP : 나중에 안 사실인데 ATM기는 두 종류가 있다. 
  현금을 넣어서 입금하는 방식과 현금을 봉투에 넣어서 입금하는 방식이다. 
  방식이 다 같은 줄 알고있던 나는 300불 지폐를 그대로 ATM에 넣었는데 덕분에 고스란히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은행을 믿었기에 ‘뭐 다음날 가서 달라고 하면 찾아서 주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뭐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ATM 앞에서 얼쩡대다가 다시 약속장소로 가니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길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난 친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민박집으로 가기 전, 한인타운에 있는 음식점에 들러 한국음식을 먹는다. 
이럴수가, 여기는 한국사람들이 엄청 많다.


뉴저지(New Jersey)에 위치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친구가 미리 예약해 놓은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인데, 3층짜리 건물에 방이 여러개 있다.

뉴 저지(New Jersey)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방값으로 300불을 내고 11일 동안을 머물게 됐다. 
전재산 800불 중에 300불은 증발하고, 300불은 방값내고, 약 45불은 지하철 패스 사고, 공항버스 15불 내고,, 지금 수중엔 120불 정도가 남았다. (한화로 12만원 정도)
돈이 없는데 걱정이 하나도 없다.
금방 또 아르바이트를 구할거기 때문에.
어디서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는걸까?

간단하다.
될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부터 '그게 될까?' 하며 의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면 꾸역꾸역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더라.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 일자리 구하러 맨하탄에 나가봐야겠다.
마이애미에서 쓰던 휴대폰은 뉴욕에서 쓸 수가 없어서 휴대폰도 새로 장만해야한다.
여기는 뉴욕이다.



잠시동안 머물었던 뉴 저지(New Jersey). 동네가 참 깔끔하다.


잘있어, 마이애미...! 기다려, 뉴욕!



이제 얼마 후면 뉴욕으로 떠난다.
마이애미에서의 두 달간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뒤로한 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미리 작별 인사를 했다.
아쉬워 하면서도 행운을 빌어주는 그 눈빛들.
두달동안 많은 정이 들었나보다. 
함께 나눈 짧지만 긴 시간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주급을 주며 매니저가 말을 한다.
뉴욕에서 지내다가 힘들면 다시 오라고, 오면 시급 1불 더 올려주겠다고, 꼭 연락하며 지내자고, 그렇게 이별을 준비해 간다. 
왼쪽부터 크리스티나, 에란, 레이


학원친구들이 바에서 작은 송별회를 열어주었다.
함께 포켓볼도 치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그렇게 학원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아쉬움을 나눈다.

할로윈 파티, 학원 친구들과

마이애미를 떠나기 전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토니의 집에 두 달간 머무는 동안 세 명의 다른 하우스메이트들도 잠시 머문적이 있다.
토니의 집을 스쳐간 돈 못내서 쫓겨난 아저씨들

왼쪽부터 토니, 맥스, 러셀

토니네 집


그들은 주로 쫓겨났는데 이유는 방값을 지불하지 못해서이다.
토니가 나에게 가끔 이런 얘기를 했다. 

토니 : "저 사람은 게이야."
나 : "우웩.. 진짜요?"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게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만 그당시엔 그게 잘못된 줄 알고 그냥 피했었다.
믿거나 말거나, 참 순수했다. 지금은 게이를 단방에 알아볼 수 있지만 그 당시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마이애미를 떠나기 약 3주전 부터, 마이크라는 젊은 친구도 함께 하우스를 쉐어하게 되었다. 
뉴욕으로 떠나기 이틀 전, 함께 해변에서 운동을 하던 중 그 친구가 깜짝 놀랄만한 말을 해주었다.

"No one's gay. Only Tony's gay."
(아무도 게이가 아냐. 토니만 게이야.)

그때 깨달았다. 토니의 눈빛과 분위기 모든게 맞아떨어졌다.
토니가 게이었다는 사실을 안 그날, 집에서 낮잠을 자고있는데 토니가 내 볼에 뽀뽀를 하고 도망을 갔다. 
나는 "으악~~~~!!!"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고, 잠시후 토니가 날 더러 집에서 나가란다.
여행 막바지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이것도 여행의 일부인걸, 어쩔 수 없다.

그날 세리에게 전화했다.
나 : "나 쫓겨났는데 뉴욕 갈때까지만 좀 재워주면 안되?"
세리 : "ㅋㅋㅋㅋ 왜?"
나 : "이따가 얘기해줄게…"

세리네는 여자만 셋이 사는 집이었지만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이래서 평소에 잘해야한다.


익숙함을 뒤로하고, 이제는 떠나갈 시간

떠나기 전날. 
이야기에 갑자기 등장해야하는 미나 누나가 있다. 
미나누나 학원 오는 길


South Beach Language Center에서 만난 또 한명의 한국인 인데, 혼자서 여행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반찬도 갖다주고, 가끔씩 집에 초대해 이런 저런 음식도 해준 고마운 누나이다.
지금은 한국인 교포와 결혼해 하와이에서 즐거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고마운 미나 누나 가족이 차려준 환송회 음식들. 
왼쪽부터 미나누나, 마를린, 미나누나의 언니



어디서 이런 재료를 구했는지 밥, 잡채, 돈까스, 김치, 없는 게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 음식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어느정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너무나 따뜻하고 감사하다.



식사를 마친 후 마를린이 이야기한다.
(손으로 볼을 가르키며) “조, 키스미~”
마를린 뺨에 뽀뽀를 하고 나도 이야기한다.
“헤이 마를린, 키스미.”
난 여기 문화가 참 좋다. 


가끔 치킨에 맥주를 경찰 몰래 먹었던 밤바다에 나가서 마이애미비치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 여행이 안겨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마이애미에서의 모든 아름다운, 그리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들을 간직한 채,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뉴욕으로 간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중의 하나인 뉴욕, 벌써부터 설레인다. 
뉴욕에서도 마이애미에서 했던 것 처럼 일을 구한 후 여행을 다닐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이미 자신감은 극에 달했다.


다음날 새벽, 예약해 두었던 공항택시로 비행기를 타러 간다.
part 2.
이젠, New York 이다!!

마이애미에서, 할로윈 파티 Haloween Party.


할로윈데이다.
미국의 큰 파티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좋은 날, 또 다시 오기 힘든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아침에 일어나 할로윈 의상을 구입하러 상점에 들렀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 밖에 줄을 서있다. 
기다리는 줄만 40분. 
결국 내 순서가 왔고, 전날 봐두었던 닌자의상을 구입했다. 
한국을 나타낼 수 있는 의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동양 의상은 일본과 중국의 의상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가까운 나라 일본의 닌자 의상을 선택했다.
Kid's costume 50%
어린이 의상은 50% 할인이다. 
내가 고른 의상은 원래 $29.99인데 반값을 냈다. 
'어라? 아이들꺼만 50%가 아니네?' 하며 기분 좋게 닌자의상을 구입.
집에와서 포장을 뜯고 입어보았다.
포장지엔 분명 성인 닌자가 있었는데 입어보니 어린이용이다.
사진속의 닌자는 긴팔을 입고있는데 내가 입으니 배꼽티에 반팔이다. 

속에 검은 티셔츠를 입으니 그나마 봐줄만했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친 후 파티를 하러 학원으로 간다. 
양손엔 치킨과 음료를 들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닌자 의상을 입고 옆구리엔 칼을 차고 거리를 달린다.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가며 누군가 “I like skateboarding Ninza.!” 라고 외친다.
고개 한번 치켜들어줬다.







학원은 이미 파티장이 되어있다. 괴물도 있고, Miss Universe도 있고, 간호사도 있고, 꿀벌도 있고, 드라큘라, 바보, 시체, 엘비스프레슬리도 있다. 


각자 가져온 음식도 나눠먹고, 

음악에 맞추어 춤도 춘다. 
어느새 학원은 사람들로 가득찼고 함께 춤추고,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라틴 처녀가 살사를 가르쳐주어서 함께 살사도 추고 음악은 끝날 줄을 모른다. 
이번엔 힙합음악이 흘러나온다. 
고등학교때 막 춤을 췄던 실력이 있어서 한번 해봤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나만 무대에 있고 사람들은 나를 위해 다 물러나서 환호를 한다. 


밤 12시. 

다 함께 거리로 나간다. 
마이애미비치의 링컨로드(Lincoln Road)는 너무나 다양한 의상의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흰 스타킹이 남자인걸 알고 소스라쳤다

이날은 모든 사람들이 어린이가 된다. 

각자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날이다. 
처음 즐기는 할로윈파티, ‘정말 내가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때는 2008년. 
내 나이 24살. 
4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미국은 정말 위험한 곳일까?




미국은 안전한가? 위험한가?

그 전에 그러면, 한국은 안전한가?
신창원도 있고, 유영철도 있고, 강호순도 있고, 요즘은 아동성폭행이 큰 이슈이고, 
북한은 틈만 나면 도발 하려고 하고.

위험하다는것, 지역마다 다르고, 개인이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걱정이 여행에 대한 욕구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내 학창시절, 옆 동네에 가면 그 동네 학생들한테 맞을까봐 옆 동네엔 얼씬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이애미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이곳 마이애미 비치는 지역특성상 너무나 안전하다.

거리엔 24시간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새벽에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믿고 있었는데,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금요일.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친 새벽 4시경,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클럽이나 바에서 나온 술 취한 남녀들로 가득하다.

MP3를 목에 걸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고있는데 외국인 남자 3명이 다가왔고 그중 한 명이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며 다가온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Yeah?" 하고 말하니 내 목에 걸려있던 MP3를 낚아챈다. 
자신이 그 MP3를 갖고싶다고 달라고 한다.

MP3에 달려있던 목줄이 떨어져나가고,  순간 욱했다.
그 사람을 뒤로 살짝 밀치고 내 MP3를 다시 뺏어왔다.

내 싸구려 MP3를 정말 가지고싶은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그냥 지나가는 동양인 행인에게 시비 한번 걸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리곤 그 취객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You wanna hit me? Hit me!!"
(때리고싶어? 때리고싶어? 그럼 때려!)
다른 두명은 그 친구를 말리고 나는 나름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Hey, wait a second. I'm gonna call the police."
(조금만 기다려, 경찰 부를거니까.)
Why? Are you scared? Why are you calling the police?
(왜? 무서워? 경찰을 왜불러?)

무시하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911을 눌렀다. 
경찰서는 걸어서 2분 거리였다.

신호음이 울리고 여자 경찰이 전화를 받는다.

나 : Hi, here's 9th street Washington Ave and one guy is trying to....
(안녕하세요, 여기 9번 도로 워싱턴가인데요. 어떤 남자애가 ....)

경찰 : take it easy, 9th street Washington?
(진정하시고, 9번도로 워싱턴가 라고 했나요?)

나 : yes, one guy is trying to attack me, I was just waking down...
(예. 전 그냥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시비걸어요.)

미국 경찰이 파워가 세긴 센가보다. 
전화 통화도중에 그의 친구들이 의리없이 자기들끼리만 도망을 가버렸다.
나에게 시비건 사람도 도망가려고 하길래 티셔츠 뒷덜미를 잡고 계속 통화를 했다.
취객은 계속 도망가려고 하고, 티셔츠 목은 늘어나고, 주위 사람들은 재밌다는 듯 구경을 한다. 


결국 그 사람은 도망갔지만 덕분에 참 좋지않은 경험을 했다.

그 짧았던 순간에 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세명이서 동시에 달려들면 어떡하지?... 
난 그래도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인데... 
한놈만 때리자... 
난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데... 
경찰이 오면 나도 불리한데...’

결국 MP3도 되찾고 아무일도 일어나지않아 다행이다. 
흉기라도 들고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오늘 배운 한가지. 
금요일, 토요일 밤 파티를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살짝 미쳐있다.

그 사람들이 말을 걸건 뭘 하던지 앞만보고 걸어갈 것.

지금 돌아보면 그것도 여행중 얻은 하나의 추억에 불과하다.





플로리다에서의 일상 4



마이애미 사우스비치(Miami South Beach)에 위치한 링컨로드(Lincoln Road).







이곳은 차가 다닐 수 없는 거리로, 온갖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면 사람들은 전부 이곳으로 몰려나온다.





여기는 내가 주말마다 출석했던 교회.

전부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마음의 평화는 찾았던 곳. 그래도 'Amen(아멘)' 할 타이밍은 놓치지 않았다.


링컨 로드에서 주로 파는 것은 과일과, 음식.
옷가게도 많고 대형 영화관도 있다.
그리고 곳 다가올 할로윈파티를 위한 코스튬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도 있다.


스시 레스토랑. 

이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스시랑은 조금 차이가 있다.
우리는 회를스시로 생각하는 반면에
이곳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김밥도 스시라고 생각을 한다.

이곳 사람들은 회를 못먹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즉,
회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스시는 먹을 수 있다.


길에서는 간간히 작은 공연도 보여진다. 



지나가는 사람을 조롱하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거리의 삐에로.

활기찬 마이애미의 거리는 이런 소소한 일들로 웃음까지 더해진다.

플로리다에서의 일상 3


플로리다. 여기가 북미야? 남미야?


Espanola way


거리 이름부터 벌써 남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여기는 남미가 아니다.
여기는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지리상 남미와 가까운 탓에 이곳엔 그만큼 남미사람들도 많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더 많을 정도이다.
쿠바, 푸에르토리코, 브라질, 맥시코, 그리고 센트럴아메리카에 속하는 과테말라 등등. 
이곳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의 국적도 다들 제각각이다.


이곳에선 그 흔하다는 중국인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다 남미에서 온 사람들 처럼 보인다.


레스토랑이 즐비한 길거리에 들어서면 마치 스페인에 와있는 듯 하다. (스페인에 가본적은 없는데, 왠지 그렇다.)


거리도 깨끗하고, 이국적이고, 날씨마저 끝내준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면 이곳에서 살아가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날씨가 더워서일까? 옷차림도 참 가볍다.




살이 찌건, 몸매가 좋건, 남의 눈 의식 안하고 자신만 편하면 되는 것 같다.
그게 참 좋다.
내 주위에도 굵은 다리를 가진 사람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면 욕하는 사람이 몇 몇 있는데, 그게 잘못된거다. 그런 욕 하는 사람들은 배로 욕을 먹어도 싸다.
그게 어때서? 
TV에는 늘씬하고 이쁘고 잘생기고 몸짱인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는거 안다. 그리고 그들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 한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다이어트니 뭐니 하지 않고도 건강하고 유쾌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그들과 겉모습만 똑같아지려고 노력 하는 것이 안타깝다.
결국 외모지상주만 팽배하고 지금은 성괴(성형괴물) 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책 88만원 세대 서론에서 말했듯이 외모만 그럴싸 하고 기본적인 사회적 이슈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도 참 많다.
모든 사람들이 다들 똑같이 생기면 그게 이상할 것이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먼저일까? 남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남의 시선에 너무 연연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다가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