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혼자 힘으로 하는 미국 여행. 떠나기 전의 준비과정과 마음 가짐. 2편.


☺미국여행 경비마련!



시급 4천원, 5천원 하는 아르바이트로 단기간에 돈을 많이 모으기는 힘들 것 같아서 영어과외로 돈을 벌기로 했다.





전에 영어과외를 해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일단 전단지를 만들었다.



자, 이제 복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100장에 만원. 우리동네(강원도 철원)는 100장에 만원이다.






그래서 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를 찾아갔다.






“싸이, 부탁이 있는어.”“뭔데?”“이거 복사좀 해주라. 맛있는 거 사줄께.”



“그래? 뭐 너가 하는 일이니까 해주지 뭐. 몇 장이나 해줘?






”“500장."




“뭐?”“아, 부탁좀 할께.”






싸이는 군청 정직원도 아닐 뿐더러 짬밥도 안되는데 나 때문에 몰래 공공기물을 횡령해야만 했다.






A4용지 500장. 무료로 인쇄.






일단 5만원 굳었고, 나중에 과외해서 받은 월급으로 김밥도 사주고 라면도 사줬다.


☺ 전단지 부착



7월, 여름. 자전거를 타고, 왼쪽 손목엔 청 테이프를 걸고, 옆구리엔 전단지가 가득 든 가방을 끼고, 주머니엔 칼 한자루를 넣고 작업을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전봇대, 담벼락, 아파트 전부 전단지를 붙이면서 들쑤시고 다녔다.

논길을 타고 가면서 전단지를 붙이는데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잠시 후 번개가 치더니 천둥소리가 들리고 소나기가 내린다. 일단 철수.






고모가 운영하는 빨래방에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다가 잠이들고 깨어났을 땐 다행이 비가 멈춰주었다.


전단지를 붙였던 곳을 순회를 했다.


난 정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을 뻔 했다.


전단지는 바람에 뜯겨지고,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지고,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사라지고,,,


전봇대도 젖고. 내 마음도 젖고.


안되면 대기하라!!

작업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다음날, 새로운 마음으로 전단지를 전부 돌렸다. 최대한의 속도로. 아직 군인 정신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의 속도로 작업을 마쳤다.






그날 밤 친구와 삼부연 폭포를 거닐며 산책을 하던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첫 학생이다.!



☺ 과외


6명이다. 방학기간이라 다행이 학생들이 많이 모아졌다.


고등학생2명, 중학생 3명, 초등학생 1명.


처음 하는 과외였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준비도 하고 열성을 다해 가르쳤다.

과외를 해보니 정말 선생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들지않는다.


한명한명 성격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똑같은 내용을 수십번 가르쳐도 알지 못하는 학생, 공부가 하기싫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빠지려는 학생, 계속 10분만 쉬자는 학생,,,

반면에 한번 설명을 하면 그대로 흡수하는 학생도 있고, 숙제도 꼬박꼬박 잘 해오는 학생도 있다.


나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학생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의 인성에 도움이 조금 되었던 것 같다.


이 블로그로나마 선생님들께 고개숙여 사죄를 드린다.

사실 난 엄청 말 안듣는, 가끔은 대들기도 하던 그런 학생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땐 철이 없었어요. 용서해주세요.ㅠㅠ. 진심입니다.






8월, 학생들 개학 시즌.


이제 학생들이 학교를 가 있는 시간엔 다른 일을 해야한다. 투잡. 노가다.



☺ 예술.
새벽 5시 30분.


인력 사무소에 가면 그날그날 일거리를 찾는 아저씨들이 모인다.


흔히 말하는 노가다.


인력 사무소에서 커피 한잔 타서 마시고 있으면 사무소 관리 아줌마가 인력꾼들을 배치시킨다.

몇명은 인삼밭, 몇명은 곡식 처리장, 몇명은 하수 처리장, 몇명은 집수리.

내가 처음 일을 한 곳은 하수 처리장이다.


그 다음날은 곡식 처리장, 그 이후엔 인삼밭에서 며칠.

하루에 8만원 받아서 10%를 인력 사무소에 주고나면 7만 2천원. 이거 괜찮다.


아침 6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5시면 일을 마치고, 점심도 주고,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많고.


하지만 비가 오면 일을 못한다는게 아쉽긴 하다.

나중에는 고모부가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게 되어서 그곳에서 하루 8만원씩 받고 일을 했다.


수수료 10% 낼 필요도 없이.


낮에는 노가다 저녁엔 과외. 투잡이다.






부대에서 모아놓은 돈 조금과 이렇게 모은 돈으로 여권, 비자신청, 그리고 157만원짜리 비행기 왕복 티켓까지.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속옷도 사드렸고, 아버지 어머니 티셔츠도 한장씩 사 드렸다.


이정도면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 9월 22일. 출국



06:00 

인천 국제공항 도착.






아직 새벽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공항 티켓팅을 하며 줄을 서있는데 그동안 있었던 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전역 후 많은 일이 있었다.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과외 전단지 제작에서 부착까지, 사람들 모아서 과외도 하고, 친구들과 등산도 가고, 한 학생이 날 포기하게 할 뻔 하게 하기도 하고, 막노동도 하고,,,

2달이라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비행기에 앉아 있는 지금,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나의 모습은 긴장이 묻어나는 웃음만.






진담이든 농담이든 거의 모든 친구들이 말한다.


“총맞는거 아니야?” “조심해라.ㅋㅋㅋ” 정작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명언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 어느쪽이든 그것은 맞는 생각이다.' - 누군지 모름-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마음에 오랫동안 꿈을 그리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 나는 200% 믿는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보면 알게 되겠지 뭐.

짐을 많이 들고다니는 걸 싫어해서 내가 가진 전부는 가방 하나, 옷 두벌, 카메라, PDA(왜 가져갔는지 참..), MP3 player.
왼쪽: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 가방, 오른쪽 : 내가 가져간 가방. 저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5개월이 넘는 미국여행을 떠났다.



썬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눌러쓰고, mp3를 귀에 꼽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그렇게 24살의 첫 해외여행은 시작되었다.



20대. 혼자 힘으로 하는 미국 여행. 떠나기 전의 준비과정과 마음 가짐. 1편.



여행을 하기 전엔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며 용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실제 여행을 하기로 한 날이 하루 하루 가까워질 수록

처음에 충만했던 용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항상 마주치는 두려움과 마주쳤다.

사실 여행의 목표는 

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것 이었는데 

어느새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룸메이트 광고만 클릭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2008년. 병장 조승희.
06:00am

"기상하십쇼!“
따닥따닥, 내무반에 형광등이 켜지고 이등병들은 고참보다 빨리 일어나 청소를 하기 위해 기지개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허겁지겁 침구류를 정리한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상병들도 슬슬 아침을 맞이하고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병장들도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대충 전투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 다시 잠이 들만 하면, “집합하시랍니다~·” 라는 후임들의 우렁찬 메아리가 들리고, 그러면 밖으로 나가 아침점호를 시작한다.

하낫둘~, 센~넷!, 다써 여써 일고~ 여덜,!!

힘찬 도수체조와 아침 구보를 마치면 취사병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간은 토요일 아침 점호를 마친 후. 아침식사 후 내무반에 들어와 TV를 틀면 세계의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나오곤 했다.

TV 화면으로 보여지는 독일, 그리스, 그밖에 스위스, 몽골, 러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보고있으면 마치 내가 그곳에 가있는 듯한 착각이 들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었다.

그날은 플로리다가 나왔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지도 출처 : http://home.windstream.net/

1년 내내 따뜻한 기후와 열대 과일들, 아름다운 바다와 풍경. 
사실 전역 후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나는 이 방송을 본 후 플로리다에 꽂혀버렸다. 
미국엔 플로리다 주 밖에는 없는 것처럼 플로리다에 완전 넋을 잃었다. 
그래서 그날 결심했다. 전역 후 플로리다로 가자.



☺ 이제 전역도 했으니 미국여행 가자.

2008년 7월 13일 전역.
또 한명의 대한민국 군인이 국가의 신성한 임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를 한 영광스러운 날을 즐길 여유도 없이 오로지 미국에 갈 생각으로 다음날, 여권을 신청하러 군청에 찾아갔다.

잠깐, 무작정 찾아가기 전에, 요즘은 시대가 좋다보니 인터넷 검색창에 “여권 발급기관” 만 입력하면 결과가 수두룩 하게 나온다.

여권 신청은 해당 군청이나 시청에서 할 수 있다.
여권발급 비용은 단수: 15,000원 / 복수(유효기간 5년): 47,000원 / 복수(유효기간 10년): 55,000원 이다.
(2008년 기준)

나는 집이 철원군 이다보니 군청에서 유효기간 10년짜리로 신청을 하였다.

창구에 가니 아름다운 여직원 분이 여권신청서를 작성하는 것 부터 자세히 알려줘서 문제없이 신청을 했다. 

5일 안에 여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여권준비는 완료.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구지 여권 대행업체를 이용할 것 없이 해당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아래는 여권대행업체 A, B, C사들의 여권신청 비용이다.

2008년 기준이라 현재와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어쨋든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행업체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대행업체이다보니 수수료를 1만 5천원 이상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15,000원으로 좋은 책 한권 사서 보면서 직접 여권을 신청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보고, 함께 생활해보지 않았으면 그 사람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정말 그 사람이 알고 싶다면 겪어봐야 한다. 

그것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든, 영화를 보는 것이든, 운동을 하는 것이든, 무언가를 함께 경험하며 공유할 때 비로소 상대방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직접 경험하며 부딪치며 체험해보지 않는 이상 그 나라의 겉모습밖에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겉모습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여행 관련 책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기저기서 조언이 많이 들려온다.

  “총을 가지고 다닌대.”, 
  “마약 조심해라. 마약 파는 애들 진짜 많다.”, 
  “인종차별 견디기 힘들걸?”, 
  “아프면 돈 진짜 많이 들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두려움이 앞서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실로 여럿이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그들 중 한 사람도 미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디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겪은 것처럼 떠들곤 한다. 

진짜 미국 얘기는 내가 해줄게.

내 젊은날의 특별한 여행을 돌아보며...

군 전역 후 여행을 마친지 벌써 3년이나 지났다. 
여행을 조금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던 대학생 시절이 끝이나고,,, 
나도 남들처럼 정착이라는 것을 해보려 대학 졸업도 하고 직장도 가지게 되었다. 
직장 사람들도 좋고 일도 재미있다. 
나름 이름있는 외국계 회사에 분위기도 자유롭다. 
적지만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 복지도 나름 괜찮다. 
무작정 미국여행 한번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어른의 문턱에 와있구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던데, 아직 한참 멀었기에 어른 흉내를 내는 지금이 낯설다. 
사무실에서의 야근, 거래처와의 만남, 술자리, 제안서 작성, 프리젠테이션. 
이제 나도 어른이 되는건가?

  어쨋든, 여행을 마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다시금 블로그를 정리하는 이유는,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열정과 젊음을 나누고싶어서. 
나같은 촌놈도 할 수 있으니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일자리를 떠날 수 없어서, 학업이 더 중요해서, 언어가 서툴러서 등등 많은 이유들 때문에 여행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싶다. 
갓 군대를 전역하고 100만원이면 6개월 여행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한 미국여행.
미국여행을 마친 후 80만원만 가지고 떠난 호주에서의 1년. 
그 안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과 잊지못할 경험들. 

젊었고 용기가 충만했기에 가능했고 여전히 마음은 젊기에 또 가능할 이야기를 들려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