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인주의, 그 알수 없는 애매함.


어렸을 적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는 공동체를 중요시 하는 반면에 미국은 개인을 중요시 여긴다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집, ‘우리’엄마, ‘우리’아빠, ‘우리’형, ‘우리’선생님 등등,, 을 쓰지만
미국에서는
'My' house, 'My' mom, 'My' dad, 'My' brother, 'My' teacher~ 을 사용한다고 한다.
다 지꺼고 다 내꺼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처럼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살아갈 수 있어서 편할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들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하루는 길을 가는데 한 어린이가 길에서 울고있었다. 
엄마한테 혼이 난 모양이다. 
약 7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꼬마아이가 엄청크게 울면서 엄마에게 하는 말. 



"I’ll call the police!!!" 경찰 부를꺼야!!!!

그러자 더 화가난 엄마는 핸드폰을 뺏어서 바닥에 팽개쳐서 부셔버린다. 그러고서 하는말.

"Call the police now!!" 당장 경찰 불러!!!

그걸 본 나는 벙쪄버렸다.  

또 하루는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 
메이트 토니와 러셀의 말다툼. 
두 명의 덩치 큰 중년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있자니 소름이 돋으면서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왼쪽부터 토니, 맥, 러셀


토니 : "이건 내 콜라고!!! 저것도 !!! 내 !!!! 바나나야~~~~~~!!!!!!!!!!!!!!!!!!!!!!!!!!!!"
러셀.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토니 : 완전 씩씩 거린다. 너무나 화가 난 모습.

토니는 7살 어린이가 아니다. 
적어도 50은 넘은 중년. 
우리나라에선 자신의 음식을 남이 먹어도 저렇게 까지 화를 내진 않는데.
러셀이 토니의 콜라와 바나나를 야금야금 장기간에 걸쳐 먹어왔나???  
알 수가 없다.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핫도그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서울 한 복판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성인이 있을까? 
그만큼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살기가 편하다 참.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전혀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게 아니다.
서로 길가다 부딪치면 자동반사적으로 ‘Excuse me' 혹은 ’sorry'라고 말하고. 
양보 운전도 잘 하고. 
특히 보행자를 먼저 지나가게 하는 운전자의 손짓을 많이 보았다. 
상점이나 건물에 들어갈 때도 뒤에 사람이 있으면 뒷사람이 들어올 때 까지 문을 잡아주기도 하고, 심지어 버스는 자전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버스 몸통에 자전거 주차공간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 5% 부족하다.
‘우리’라는 공동체 보다 ‘나’라는 개인에 더 가치를 두는데서 오는 차이가 한국에서 태어나 20년을 넘게 생활한 나에겐 아직은 많이 낯설다.

즐기자. 마이애미


일자리. 잠자리. 은행계좌. 한국과 이어줄 핸드폰. 

모든것을 세팅하고 나자 드디어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즐기자. 마이애미.




마이애미 비치.
이곳 바다색은 푸른빛이 아니라 에메랄드 빛이다. 
너무나도 깨끗하고, 너무나도 맑은,,, 바다 비릿내가 나지 않는다. 
생선냄새도, 소금냄새도 없다. 
마냥 깨끗하기만 하다.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느낀점 하나. 
모두가 마이애미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하다. 
마이애미에 대해 물어보면 자랑이 줄줄 늘어진다. 
미국 어느 주나 다 그런가보다. 
I ♡ NY 티셔츠는 말할 것도 없고, Illinois, Detroit 등 지역 티셔츠도 많이 팔린다. 
요즘 한류 현상으로 곧 I ♡ Seoul 티셔츠도 나오지 않을까 한다.



하루에 한두번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도 상쾌하다. 덥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곳 마이애미.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친절하고 웃음도 많다. 

주말엔 작은 교회에 들러봤다. 

작으면서도 가족같은 분위기의 교회. 
신발을 신지 않고 설교를 들으러온 사람들 부터 잘 차려입고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 까지. 
주변 의식을 하지 않는 자유가 이런곳에서도 느껴진다.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다. 
지나가던 흑인은 그게 신기했나보다. Chino, Chino 하면서 나에게 말을 건다. 


“Chino?”
“Chinese.”
“I’m not a Chinese.”
“Japanese?”
“No japan.”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Korea를 잘 모르는 눈치이다. 
지금은 알겠지. 
적어도 강남 스타일 정도는.

마이애미 비치에서는 동양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 흔하다는 중국인도 찾기 힘들었다.

매일 아침 수영을 하러 해변으로 나간다. 
아르바이트는 11시부터 시작하니 시간도 여유롭다. 
겨우 오전 8시인데도 태양이 엄청 강렬하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선탠을 하는 사람들, 수영을 하는 사람들... 

오늘 접한 진실. 브라자를 벗고 선탠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 좋기도 했다.  
사실 좀 많이 좋았다.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내 눈... 
마 카메라 까지 들이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오후에는 시장을 구경했다. 
파는 것은 주로 야채와 과일. 경쾌하고 깨끗한 거리. 










거리는 넓고 사람들은 밝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쉽게 인사를 나누고 'Excuse me', 'sorry' 라는 말은 항상 입에 달고 다닌다.

경제가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와 존중, 에티켓이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일도 구하고 집도 구하고! 긍정의 힘은 통한다!


유스호스텔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영어 학원. 
South Beach Language Center. 그냥 학원비가 얼마나 하려나, 내 영어실력은 얼마나 되려나, 궁금해서 한번 가봤다. 


호스텔 앞 학원에 가니 원장 Greg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학원비, 내가 들어야하는 수업 수준 등 이것 저것 물어본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룸메이트를 찾는 학생이 있는지 물어보니 학원의 영어 선생님 중 한명이 자신이 지내고 있는 아파트에 같이 가보자고 한다.



아파트는 학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집 주인 Tony도 마침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다녀오는 중이었다. 
나이는 50대 중반의 뚱뚱한 대머리 아저씨 Tony. 
자상한 인상으로 나에게 집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다. 
이것 저것 잴 것 없이 바로 그 집에 살기로 했다.





이후에 어제 들러서 잠시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눈 치킨집에 갔다. 상점 이름은 Wingzone. 
내일부터 일을 한번 해보라고 한다!!

항상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순간!! 아침 내내 착찹했던 기분이 한방에 가셔버렸다.









한달 월세 $340짜리 아파트, 부족한 영어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Language school(4주에 $299), 핸드폰, 일자리. 미국 도착 5일이 지난 지금, 모든 필수 생활요소가 다 갖추어졌다.

처음 가져온 877$(100만원)으로 첫주 집값 $85(집값은 나눠서 내기로 했다), 학원비$299, 4일치 호스텔값 $100, 올랜도에서 이용한 버스비 $50, 핸드폰 $108, 그동안 먹은 음식비 $30 (음식비를 아꼈다)를 쓰고 나니 여윳돈 $150이 남는다.
약 15만원 되는 돈으로 본격적으로 플로리다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구나!!



아르바이트 구하기 팁 하나.
무조건 눈빛으로 매니저를 제압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어필.
그리고 하나 더! 나같은 여행자를 고용하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걸 고용주는 알고 있다. 
서로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실제로 미국엔 남미에서 온 불법 노동자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을 하나하나 단속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했다는 것일 뿐, 이는 절대로 불법 노동을 장려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