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끊을 수 없는 한국인의 맛.



어제 길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중. 
이들은 대학교 프로그램으로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나 : “you guys have something to do after school?"
(학교 끝나고 뭐 할일 있어?)

세리 : "we're going to Korean market after work. we go to school once a week, kk, babo"
(우리 일 끝나고 한인마트 갈거야. 우린 학교 일주일에 한번가, ㅋㅋ 바보.)
나 : "give me some kimchi, what time will you go? can I join you? you babo, too"
(나도 김치좀 줘, 몇시에 갈거야? 나도 가도되? 너도 바보야)
세리 : "maybe 5pm? but some korean guy is gonna pick us up, kk, kimchi is 10$. kk"
(아마 5시? 근데 어떤 오빠가 우리 테워다주기로 했어. ㅋㅋ 김치는 10달라야.ㅋㅋ)
나 : "oh no, I'm working till 7pm, if possible, can you bring me some lamyuns? I'll pay for them"

(안돼, 난 7시까지 일하는데, 나 라면좀 사다줄래? 돈줄게.)
세리 : "how many?"
(몇개?)
나 : "5 will be fine, thanks!!"
(5개!! 고마워!!)


그토록 그리던 라면을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친구들이 출근하기 전에 라면을 받으러 뛰어간다. 
전역을 하고나선 몇 번 달려본 적이 없던 저질 체력이 라면 하나 받겠다고 달리고 또 달린다. 
버스를 왜 타지 않았을까? 

13th street, 14th street, 15th street,,,, 중간에 좀 걷다가, 
다시 16th street,, ,,, 24th street. 다왔다. 

라면을 생각하며 약 3km 되는 거리를 달려서 드디어 라면을 손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친구들이 일하는 호텔과 같은 방향이라서 함께 걸어갔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한 지는 모르겠지만 걷는 내내 대화는 유쾌했다.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해질 수가 있는 걸까? 
낯선 곳 낯선 환경에서 만난 한국사람, 한국에서 봤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인연들 이었을텐데...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 참 소중하다.
그리고 함께 있는 그 시간은 아무 걱정거리도 없이 즐겁기만 한 시간으로 만들어버린다.
김치, 라면, 한국인. 
최고다.


플로리다. 도서관카드 만들기, 도서관에서 인터넷 이용하기.


인터넷 없이 미국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었다. 
집도 절도 없는 곳에서 인터넷 없는 생활은 그럭저럭 이어나갈만 했지만 어쨋거나 인터넷은 필요했다. 
단하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된다. 
낯선이가 말을 걸어도 ‘이거 도를 아십니까 아냐?’ 하며 꺼리는 이를 보지 못했다. 
친절하게 알려주거나, 본인도 잘 모른다며 다른 사람에게 같이 물어봐주는 경우는 많았다. 

길거리를 걷다가 인터넷 생각이 문뜩 나길래 지나가는 이에게 물어봤다.

“근처에 인터넷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나요?”
동네 공공 도서관. Miami-Dade Public Library System.
이곳에 가면 인터넷을 2시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엔 시원시원한 야자수들이 열을 맞춰 서있고 교통도, 날씨도, 모두 맑음이다.







서울에서 대학 한번 가보겠다고 들락거린 도서관 가는 길을 잠시 생각했다. 
도로엔 버스, 택시, 자가용들이 서로 끼어들고 빨리 가려고 안달이 났고, 주위를 둘러보면 상점, 건물들이 또 빼곡하게 박혀있다. 
덕분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고 다들 말없이 자신들의 길을 가기에 바쁘다. 
이런 생각도 잠시 금새 주변 경치에 심취되어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갈 길을 간다. 

날은 덥지만 상쾌하고 사람들의 표정엔 여유가 묻어난다. 
덩달아 나도 여유를 많이 느끼는 하루 하루다. 
매일 매일 조급함에 사로잡혔던 나 자신을 여유로움으로 달래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마이애미 사람들이 sorry, excuse me 말고도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또 있다.
easy, easy.
take it easy.

그렇게 20분을 슬금 슬금 걸어서 도서관에 도착했다. 





나 : could I get a library card or something like that?
      (도서관 카드나 뭐 그런거 받을 수 있나요?)
거기 : sure, fill in the form here, please.
      (물론이죠, 여기 양식좀 작성해주세요.)
나 : I,, I am just a traveler and I just want to use the internet.
      (아, 전 그냥 여행자고, 컴퓨터좀 쓰고 싶은데요.)
거기 : ok, got it. here’s a guest card and you can use the internet for 2 hours a day.
      (알겠어요. 그럼 게스트카드를 줄게요. 그리고 하루에 2시간씩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게스트 카드

이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컴퓨터를 시작했다. 두 시간이 엄청 빠르게 흘러갈 걸 알기에 초조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켰다.
하지만,,, 한글서비스팩이 깔려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친구 미니 홈페이지에 방명록을 남겨야했다.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한글 서비스팩을 설치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이대신 잇몸이다. 어쨋든 영어로 친구 미니홈피 방명록에 안부인사를 남긴다.
di sksms wkf dlTek. wkf wlsosi?

(이 내용을 한글자판으로 치면 '야 나는 잘 있다. 잘 지내냐?' 가 됩니다.)






미국 입성 일주일 째. 플로리다에서의 아르바이트 중간보고. 한인과의 첫 만남!


미국에 온지 일주일째다.
"Everything OK?
출근을 하면 매니저가 항상 처음 던지는 말. 
그럼 나는
“Everything ok!" 라고 대답한다.

왼쪽부터 크리스티나, 에란, 레이





배달의 기수인 루이는 브라질 사람이다. 
이곳에서 28년을 살았고, 나이는 36.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오토바이는 한국 제품이고, 미국인과 결혼을 했으며, 
자식들은 착하고, 토마토는 얇게 썰어야 하고, 

닭날개 10개 주문이 들어오면 12개를 튀겨서 2개는 몰래 먹으라고 한다.

왼쪽부터 루이, 레이
레이가 카운터를 보다가 웹사이트에 접속을 한다. 
핸드폰을 고르고 있길래 우리나라 S전자의 햅틱 폰을 보여주었더니 하는 말,

“Wow, this is what i've been looking for"

길을 가다보면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간간히 눈에 띄고, 전자제품도 우리나라 기업 제품들을 많이 사용한다. 
땅은 비록 작지만 자랑스런 한국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너무 자랑스럽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퇴근시간. 







집에 가려고 하니 또 소나기가 내린다. 
번개도 반짝 반짝 아주 끝내준다. 
낯설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국 땅에서는 그 흔한 여름날의 소나기조차 새로운 것 처럼 느껴진다. 

레이가 “Hurricane!!" 이라고 소리치며 춤을 춘다. 
그 상황을 그냥 즐길 줄 아는 사람들. 
비가 와서 가지 못하고 쭈뼛쭈뼛 하고 있으니 한마디 한다.
"Just enjoy it!"

그 속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뛰었다.
빗속을 뛰어가는데 저만치 앞에 동양인 여자 3명이 보인다. 
왠지 감이 온다. 

다가가서
“excuse me?" 라고 하니 그쪽에서 먼저
“우리 한국인 이예요.” 라고 한다.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다. 
미국 도착 일 주일만에 한국인을 찾았다. 
너무 반가워서 와락 끌어안고 싶었지만 일단 여자들이라서 참았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한 1년은 알고 지낸 사람들 처럼 금방 친해졌다.


“한인마트에서 김치도 팔아요.”
“진짜요?”
“어제는 김치볶음밥도 해 먹었어요.”
“우와.”
“삼겹살도 해먹었어요.”
“우와, 별로 안부러워요. 한인마트가 어딘데요?”
“언니, 가르쳐주지마, 별로 안부럽대.”
“ㅎㅎㅎ” “ㅋㅋㅋ”
그렇게 1초만에 친해졌고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좋은 인연은 참 오래 가나보다. 감사할 따름이다. 

바다. 마이애미.


마이애미비치에 도착하고나서 약 일주일간의 정착기를 가진 후 부터, 매일아침 바다를 간다.
집에서 바다까지의 거리는 3블록. 
걸어서 5분정도 거리이다.

어떤 날은 반팔을 입고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웃통을 벗고 간다. 
길을 걷다보면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흑인들이 특히 몸이 좋은데 이 사람들은 타고난 것 같다. 
어쨋든, 여긴 미국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못했겠지만, 나도 웃통 벗고 막 돌아다닌다.  
미국이라서 가능했다.





태양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썬블락은 필수.


사천포로 잠시. 
미드나 영화를 보다보면 가끔 등장인물들이 욕을 한다. 썬 오브 비치!! (Son of Beach, or Sun of Beach)

해변의 태양? 
해변의 아들? 
이게 나쁜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곤 했었다. 

올바른?? 표현은
Son of a Bitch
여기서 Bitch는 암캐를 말합니다.
Son은 아들. 자식 뭐 이런거구요. 
따라서 암캐의 자식. 욕이 맞네요. 개x끼니깐요.

마이애미비치. 발음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비~~치.

해변 곳곳에 샤워시설들이 있다. 
샤워기가 설치된 기둥만 달랑 하나. 
간단하면서 실용적이다. 
기둥에 설치된 버튼만 누르면 시원하게 물이 나오고 마셔도 상관없다. 


이곳 사람들은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욕과 보스턴도 가봤지만 모두 마찬가지.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음식점에서도 tap water를 달라고 하면 돈 안내고 물 마실 수 있다. 
수돗물이 나쁘진 않은가보다. 
여행하는 내내 수돗물을 마셨지만 병 한번 앓지 않고 잘 지냈다.


해변엔 거지(Homeless;집없는 사람들)들도 많이 있다. 
바닷속에서 잠수를 하는 줄 알았는데 잠시후 미역 비슷한걸 입에 물고 나오는 거지도 봤고, 
저녁에 거리에 나가 조깅을 하면 문 닫힌 상점 구석에 박스를 깔고 잠을 자는이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깡통을 차고 길에앉아 구걸을 하는 경우가 많고, 
조금 창의적인 홈리스들은 악기를 연주해서 팁을 받기도 한다. 
또 어떤 홈리스는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 깡통을 물린 후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오도록 만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개에게 돈을 주곤 한다.

그 돈은 개꺼. 
개는 홈리스꺼. 
그럼 돈은 홈리스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항상 승리를 한다.


해변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항상 바글바글 하다. 
1년 내내 온화한 기후에 워낙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보니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마이애미 비치를 꾸준히 찾는다. 
특히 미국에서 가까운 유럽, 남미 관광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