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가족과 3일만의 전화 통화.



다음날, 아침부터 또 비가 내린다.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플로리다의 서머타임(summer time)엔 하루에도 한두번 짧게 짧게 소낙비가 내린다고 한다. 
래서 덥지만 불쾌하지 않은, 상쾌한 플로리다의 여름. 


어쨋든 이날 나는 착찹함을 느낀다. 오늘은 꼭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착찹하다. 
비까지 내리고,,, 

9월 25일, 미국에 온지 3일째인데 집에 아직 전화를 안했다. 
공중전화는 있는데 하루하루 미루다보니 벌써 3일이다. 

불효자.

근처 가게에 들러 국제 전화카드를 사서 번호를 다 눌렀는데도 자꾸 오류가 난다. 
국가번호 누르고 핸드폰 번호 눌렀는데 수화기에서 여자가 자꾸 영어로 뭐라뭐라 말한다. 
아무래도 뭘 잘못 눌렀다고, 번호를 다시 누르라고 하는 것 같다. 

바지는 2개. 티셔츠도 두개, 그나마 하나는 목이 늘어났다. 착찹하다. 
유스호스텔 벤치에 앉아 거리를 바라본다. 
계속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어서 옆 사람에게 부탁을 해본다. 

미국에서 처음 구입한 전화카드.
가격은 2불, 5불, 10불 짜리가 있고 10불 짜리를 사면 1시간 30분을 통화할 수 있다.
거리에 있는 공중 전화를 이용할 경우 30분정도 통화하면 카드 잔고가 거의 남지 않는다.
Metro PCS에서 구입한 핸드폰으로 이 카드를 이용해서 전화하면 1시간 30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나처럼 한국에 자주 전화할 일이 없다면 이 카드를 사용하면 아주 좋다.




Hello. Can you help me? I don’t know how to use this card. 

친절하게도 그 외국인은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마침내 통화신호가 가고 상대방에선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나에요. 
어~ 그래. 잘 있어? 왜 이제 연락을 하니, 너한테 연락이 안와서 엄마가 거의 몸살까지 났어. 

엄마 목소리를 듣는데 울컥했다. 
잠시 떨어져 있는건데도 아무래도 타국에 혼자 있다보니 엄마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엄마도 통화내내 티는 내지 않았지만 울컥 하는 목소리가 느껴진다. 
이제 전화하는 방법도 알았겠다 집에 자주 전화 해야겠다.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랬다.
번호를 누를 땐 미국번호+국가번호+지역번호+전화번호를 눌러야 한다. 지역번호를 누를 땐 무조건 0을 누르면 안된다. 예를 들어 사는곳이 뉴욕이라면 다음과 같이 번호를 누른다.

미국의 country exit code는 011 이다.
011 국가번호(82) 서울(02) 전화번호(842-8484)
011 82) 2 - 842-8484

우리나라 모든 지역번호의 0만 누르지 않으면 된다.
핸드폰일 경우도 앞의 0을 누르지 않으면 된다.
011 82) 10 - 1234 - 1234



전화를 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유스호스텔 벤치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던중 South Beach Language center 라고 써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을 가르치는 학원인데 여러 국가의 깃발도 달려있고, 건물 자체가 뭔가 귀여운 이미지이다.
내일은 이곳에 한번 가보기로 마음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미국생활에 필요한 것들. 일자리, 핸드폰, 은행계좌.



유스호텔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간단한 빵과 땅콩크림,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을 해결하고 아침부터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이곳에서 알게 된 러시아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이미 며칠전에 호스텔 체크아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와서 빵을 먹고 간다. 
그 심정. 이해한다.

거리를 지나다니다보니 많진 않았지만 가게 곳곳에 Now hiring! 혹은 Help wanted!라는 구인광고가 붙어있다. 


일단 구인광고가 보이는 상점은 무조건 들어간다. 
“Hi, I'm looking for a job. do you need a worker?" 책에서 배운 영어를 또박또박 말하면서 최대한 자신있는 표정을 지으며 매니저와 이야기를 시도한다. 영어가 서툴다거나 해서 내치는 경우는 없었다
나중에 치킨집에서 일을 하게되었을 때는 다른 구직자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원어민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Are you hiring?”


오늘 면접을 본 곳은 치킨집과 신발가게. 나는 신발가게가 더 좋은데,,, 이것 저것 가릴 처지인가? 치킨가게도 나쁘진 않지. 치킨집에서는 매니저가 내일 다시와보라는 말을 했고, 신발가게에서는 매니저가 자신의 연락처를 줬다. 느낌이 괜찮다. 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은행계좌 만들기. (Bank Of America) 
거리에 은행이 보이길래 이번에도 무작정 들어간다. 

사전에 뭔가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은행 가는데 뭐 필요한게 있을까? 그래도 여권은 챙겨서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간다. 대기번호표는 따로 없고 자신의 이름을 적는 파일철이 따로 있다. 그곳에 이름을 적고 호명되길 기다린다. 드디어 내 차례. 은행직원에게 다가가 또박또박 이야기하기위해 애쓴다.




Hi. I’d like to open a bank account. 

언어만 다르지 다 같은 사람이니 상대하는데 문제 될것은 없었다. 
계좌를 열려고 하니 현재 거주중인 집 주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집 주소를 유스호스텔로 할 순 없으니, 그래서 일단  쉐어룸을 구할 때 까진 보류 하기로 했다.

현재 주소를 유스호스텔로 지정할 순 있지만 언제 거처를 옮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계좌 개설 후 체크카드(Debit Card)가 주소지로 배달이 되는데는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은행 문을 나서는데 날씨가 너무 덥다. 여긴 아침 8시만 되면 해가 쨍쨍하다. 미국에 온지 3일째. 아직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미국에서 핸드폰 구입하기. (Metro PCS)

미국에 오래 살 사람이야 At&T와 같은 유명 통신회사에서 핸드폰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지만 나같은 단기 여행자에게는 다른 상품이 필요하다.

그래서!!

Metro Pcs 

핸드폰을 알아보려고 그냥 길가다 눈에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회사 이름은 Metro PCS. 



가격도 타사에 비해 저렴하고 문자, 음성도 상대방 회사에 상관없이 무제한이기 때문에 아주 쓸만하다. 

두달 후 뉴욕에서 구입한 선불요금 핸드폰(pre paid phone)은 요금이 너무 비쌌다. 

27불을 내고 충전하면 약 100분이 주어지는데 통화를 받을때나 걸때나 모두 시간이 차감되고, 문자를 보낼때도 한건당 1분씩 차감이 된다.


Metro PCS 사용 가능한 범위. 사진 출처 : http://www.metropcs.com/coverage/


내가 여행하던 2008년만 하더라도 뉴욕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는데 
2010년 6월 21일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니 미국 거의 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달에 48불 (한화로 약 5만원) 만 내면 문자, 음성이 무제한이다. 
더 좋은건 인적사항은 필요도 없다고 한다. 
괜찮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기계값을 포함해서 $108를 주고 하나 장만했다. 기계는 우리나라 S전자 제품이다. 


독일인 룸메이트와 나눈 대학 등록금 이야기


독일인 룸메이트와 나눈 대학 등록금 이야기.

앨런은 나의 새로운 룸메이트다. 독일인이고, 영어와 독일 역사를 전공한다고 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들의 수업료는 $1,500(150만원-환율 1000원 기준-)인데 너무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말해주었다.


우리나라는 싼곳이 $3,000이라고, 비싼 곳은 한 학기에 $10,000도 넘는다고, 앨런은 깜짝 놀란다. 
이런 차이는 뭘까? 매년, 매 학기마다 열리는 대학 등록금인상 이벤트. 
매년 매학기 사회적 이슈가 되어도 그때뿐이다. 
학생들은 시위를 학고 대학 관계자들은 잠시 잠수를 탄다. 




평균10%씩 인상되는 수업료를 어떻게 감당을 할 수가 있을까? 뉴스에서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여주곤 한다.

“아르바이트를 두개를 해도 학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요. ㅠㅠ”

출처 : http://www.i-bait.com/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잘 반영하여 대통령 후보들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워 인기몰이에 나서기도 한다. 

얼마전엔 이를 시행하라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대학과 정부도 이를 잠재우기 위해 임시적인 대책을 세우기도 한다. 
예를들면 수업 몇 개를 없앤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의 용돈만 감당해도 대견한 일이지 않은가. 
매 학기마다 학교에 건물이 하나씩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학 교육의 질도 건물의 높이만큼이나 올라가면 좋으련만. 

독일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걸으며 밤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별이 참 많다. 한숨이 나왔다. 
여행을 마치고 복학하면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을 하기엔 내가 있는 장소와 환경이 너무나 완벽하다. 
당분간은 여행에 집중하기로 한다. 

미국 도착 2일째.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 여행할 장소에 대한 기대에 집중하기로 한다. 

마이애미.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장시간의 비행과 올랜도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버스로 5시간의 이동 끝에 드디어 도착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마이애미비치 9th street Washington ave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마이애미비치 9th street Washington ave에 위치한 유스호스텔

겉은 허름하지만 내부도 허름했다. 
하지만 나같은 여행객들로 가득 채워진 호스텔은 밤낮 생기가 넘쳤다. 
일단 짐을 풀자마자 일자리를 구할 만한 곳이 있나 두리번 두리번 거리를 활보했다. 
상점들도 다닥다닥 붙어있고, 이곳에선 일단 간단한 아르바이트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거리 여행으로 너무 피곤해진 나는 일단 숙소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 
긴 낮잠을. 저녁즈음 저절로 잠이 깼고 배가 고파 호스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정말 너무나 다행이다. 
저녁밥으로 미트볼과 “밥”이 나왔다. 

밥. 

겨우 하루 안먹었는데 밥이 너무 그리웠다. 사랑한다. 밥. 

저녁식사 후 다음날 해야 할 일을 계획한다.

ㅁ다음날 할일ㅁ

1. 일자리 알아보기.
  - 젊음만 믿고 100만원 들고 온 미국.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된다.

2. Bank Of America(BOA)에서 은행계좌 만들기.
  - 한국에서 들고온 우리은행 Traveler's card.
    인출을 한번 할 때마다 3불 (3천원; 한율 1000원 기준)의 수수료가 붙는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미국 계좌를 하나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낫다.

3. 핸드폰 알아보기.
  -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필수품.
  - 친구들이 생기면 연락도 해야 하니깐.

4. 쉐어룸(Share room) 알아보기.
  - 앞으로 계속 유스호스텔에서 머물 순 없으니깐. 홈스테이나 룸메이트를 알아봐야 한다.


침대에 누웠다. 이런 제길, 바퀴벌레가 있네? 세 마리다. 피곤해서 신경도 안쓰인다. 
이젠 속이 좀 괜찮아졌다. 
음식에 적응 해 가는 중, 새벽 1시인데 잠이 오질 않는다.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밤 10시만 되면 잠이 오는데 새벽 1시까지도 잠이 오지 않는 다는건, 음,,,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일까? 

매주 수요일 밤 유스 호스텔 지하 클럽에선 'Beer free Party'가 열린다.



무료 맥주 파티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팁'문화로 인해 작게는 1불, 혹은 근날 기분에 따라 더 많은 금액을 팁으로 지불한다.
이곳에서 참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폴란드, 영국, 잉글랜드, 인도, 러시아, 중국 등,,, 문화는 다양했지만 그래도 통할건 다 통한다. 
이 호스텔의 안방마님 쯤 되는 아주머니는 매우 친절하다. 
매일 아침 빵과 커피도 타주고, 항상 몸을 음악에 맞춰 흔들며 일을 한다. 
아마도 흥겨운 음악 속에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일을 하는 탓일까? 
아니면 워낙 열정적인 남미인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아주머니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what's your name?"
"Just call me Mama. Everybody calls me Mama." :)

엄마란다.

마이애미비치 도착.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서.


다음날. 
아침이다.
늦잠을 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어제 올랜도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Boa와 J를 따라 길을 나선다.
여기는 올랜도.
그레이 하운드 버스 (www.greyhound.com)를 타고  마이애미로 가는 길.

그레이하운드가 점프를 하고 있는 모양의 로고로 잘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Boa가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길을 잘 알고 있었다기보단 사전에 지도를 잘 챙겨왔다. 
구글맵으로 검색을 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경로를 프린트 해서 책으로 만들었다. 
저런것좀 보고 배워야 하는데, 난 너무 즉흥적이다. 

내가 만난 Boa 보다는 우리나라 가수 Boa가 훨씬 좋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어쨋든 보아를 만났으니 너무 좋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 미니마켓에 들러 빵과 물을 샀다. 
우와!! 정말 이렇게 맛 없는 빵은  태어나서 처음본다. 
쓰면서 달콤한 이상한 맛의 조합,, 내 입맛에 영 맞질 않는다. 
남미인 처럼 생긴 점원이 뭐라뭐라 하는데 난 못알아듣겠다. 
어쩌지? 
한국에서 듣던 영어 테이프와 비교했을 때, 개개인의 발음 차이가 너무 심해서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알아듣겠는데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전혀 모르겠다. 
영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 했는데 나 이거 참,,, 환장하겠다. 
맛없는 빵 덕분에 뱃속이 더부룩하다. 
마이애미에 가서 신선한 열대과일좀 먹어야겠다. 
올랜도에서부터 5시간을 차로 달려서 도착한 마이애미. 




시원시원하게 생긴 야자수와 파란 하늘이 차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우리 일행은 마을 버스로 갈아 타고 다운타운에서 마이애미 비치로 들어간다. 

A : Northwest 1st Avenue, Miami, Florida, Greyhound lines 그레이하운드
B : 12th Street, Washington Ave, Miami Beach, Florida
출처 : map.google.com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 그 위로 다니는 보트들, 빼곡히 서있는 야자수들, 그리고 바다위에 집들. 
모든 이국적인 풍경이 나를 반긴다. 






여긴 마이애미 비치다.


첫 룸메이트. 그와의 동행.

올랜도에서 처음 만난 룸메이트 J



타이완에서 온 J는 친구와 함께 플로리다를 여행중이다. 
피곤에 지쳐 침대에 누워있는데 J가 밖에 나가 간단한 군것질이나 하자고 한다. 
당연히 콜.

그의 친구 BOA를 만났다. 
BOA는 중국인, 미모의 여성이고, 영어가 아주 유창하다. 
그들은 다음날 마이애미로 떠난다고 했다. 
올랜도에서 택시를 타고 대충 거리를 둘러보았는데 야자수와 몇몇 상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일자리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처럼 보였다. 
한국에서처럼 상점과 상점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게 아니라 듬성 듬성 차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찍은 올란도의 거리


플로리다주 에서는 마이애미가 가장 큰 도시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 친구들을 따라가면 되겠구나! "

동행을 부탁했다. 
고맙게도 흔쾌히 허락해준 친구들. 
다음날 함께 마이애미로 떠나기로 약속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나부터 열 까지 다 낯설지만 뭔가 벌써부터 적응이 되가는 느낌이다. 

마이애미에 가면 일자리도 알아보고 살 곳도 알아봐야지.
혼자서 하는 미국여행. 
무작정 젊음만 믿고 왔는데 지금 나의 모습은 너무 어리바리하다. 

난 할 수 있다! 정말로 할 수 있다!! 라고 되네이며 잠이 든다.

들리지 않는 영어. 그래도 택시를 타고.



공항에 대기중인 안내원에게 호스텔로 가는 방법을 물어본 후 공항택시를 탄다. 
택시비는 19$다. 지금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인데 그땐 왜그리 비싸보였는지. 
사실 “nineteen dollars"를 ”ninety dollars"라고 잘못 듣고 완전 등골이 오싹했다.
공항택시가 도착하면 이 진동벨이 울린다.

‘아니 내가 가지고 온 돈이 $877인데 택시비가 $90 이라고? 걸어갈까?’

현재 시간은 저녁 7:50분. 
어찌어찌해서 택시를 타고 미리 알아봐둔 유스호스텔로 간다. 
택시 안에서 승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귀엔 들리는 게 거의 없다.
황당 그 자체. 
나름 한국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 축에 속했는데, 리스닝도 왠만큼 했는데,, 이거 뭐지??!!

이게 다 죽은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읽고, 쓰고, 문법, 단어암기, 리스닝 또한 또박또박 들려주는 테이프를 듣고, 그래서 그런가보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닌 알파벳으로 쓰여진 암호를 해독하는 교육.

여행 초기엔 몰랐지만 단 며칠 만에 미국엔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들의 억양(발음)도 서로다른 문화 만큼이나 다르다. 
미국식 발음, 미국 흑인 발음, 영국식 발음, 남미식 발음, 중국식 발음, 일본식 발음, 인도식 발음, 한국식 발음,,, 드라마 'Lost'만 봐도 알 것이다. 
캐릭터 마다 발음이 제각각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호스텔에 도착. 
어쨋든 택시비 19불을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택시기사에게 참 미안하다. 팁을 1불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택시비는 20%정도의 팁을 주는것이 이곳 문화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왔으니,,



택시기사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 : "How much is the total?" (얼마에요?)
기사 : "19 dollars." (19불입니다.)
나 : "Here you are."(여기 19불이요) 
기사 : what the hell? (이런 ㅆ..)


유스 호스텔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기나긴 비행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주위 경치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간단히 짐을 풀고 눕는다.

방 하나에 침대 4개. 서서히 잠이 들려고 하는데 룸메이트 J가 들어온다.

긴 비행, 그리고 도착. 즐거운 시작.


☺ 비행.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경유를 하고,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 정말 긴 비행이었다. 
태평양을 건너가는 비행,, 정말 너무나 길었다. 
허리가 끊어진다는 표현은 이럴 때 하는거구나 싶었다. 
밤 태평양을 날아가면서 하늘에서의 일출을 보았다. 검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하늘은 서서히 붉어지다가 이내 맑은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말 그대로 맑은 하늘색, 조금은 옅으면서도 너무나 맑은 하늘색. 내 표현력으로는 어떻게 표현 할 수가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와 땅의 경계선을 지나니 끝없이 펼쳐진 광야가 보인다.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진 대륙. 아무말도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창밖으로 대륙을 보며 계속 비행을 한다. 
어쨋든, 비행은 길었다. 기내식은 미국식. 벌써부터 음식이 질리면 안되는데 음식이 너무 느끼하다. 



드디어 도착한 휴스턴의 입국심사대 앞. 내가 조금 험상궂게 생기긴 했지만 착하게 생기기도 했는데 정말 이것저것 꼬치꼬치 많이도 물어본다.









“왜 왔니? 얼마나 있을거니? 어디 갈꺼니? 집엔 언제 돌아갈꺼야? 돈은 얼마나 있어? 돈은 누가 주는데?” 


그럼 나는
“여행, 5개월정도, 플로리다, 내년 2월, 100만원, 우리아빠” 라고 말을 한다. 

사실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비를 마련할 거지만, 그렇게 말하면 퇴짜 맞을게 뻔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야 했다.

이제 마지막 비행이 남았다. 휴스턴에서 플로리다 올랜도로 가는 비행기. 




너무 피곤한 탓에 휴스턴에서 올랜도까지 쥐죽은 듯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이미 플로리다에 도착해있다. 




20여 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도착한 플로리다 올랜도. 
밤 바람이 습하면서도 따뜻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칠흙같은 어둠에 듬성 듬성 있는 야자수들과 가로수들, 여유롭게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잠시 당황했다. 
그래도 그 자체가 즐겁기만 한 젊은 여행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