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치킨.
미국 여행 중 마지막으로 일한 곳이다.
출근을 하면 매니저 형이 반겨준다.
재미교포 2세인 Janice와 곧 미군에 입대한다는 Jay, 미모의 콜럼비아대학 한국인 유학생, 그리고 막 군대를 전역하고 여행을 하고있는 강원도 철원 촌놈, 멕시코에서 올라와 나 처럼 불법노동을 하는 친구들 2명. 이들이 작은 매장에서 옹기종기 일을 한다. 매니저 형과 사장님은 다른 장소의 매장을 둘러보러 다니느라 바빴고 Janice가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을 도맡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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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출근길 |
멕시코 친구가 얘기한다.
여자친구 있어?
없어.
나는 와이프가 있어. 여자친구도 세 명이나 있어.
와우….
그냥 할 말도, 하고싶은 말도 없었다.
그 친구는 틈만 나면 여자 얘길 한다.
클럽에 갈래?
오늘 월요일이잖아.
원래 사람이 없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은거야.
아하….
운전면허 있어?
아니
나도 없어. ㅋㅋ 어제 경찰이 내 차를 세우는거야.
면허 없다며?
내가 아임 쏘 쏘리, 쏘리, 하니까 그냥 보내주더라고 ㅎㅎㅎ
아하….
그냥 멕시코 친구들은 쿨하구나 하며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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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벤띠노와 |
비비큐 바로 맞은 편에는 버블티 가게가 있다. 같은 건물을 반씩 나눠 쉐어를 하는 셈이다.
우리가 닭 몇 조각을 튀겨주면 버블티 가게 직원은 버블티 한잔 주는 식으로 우리는 매니저 몰래 거래도 많이 했다.
버블티 직원은 모두 타이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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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버블티 가게 |
그중 남자직원 한 명의 영어 발음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와 대화를 할 때면 나는 "sorry? sorry? what was that?" 을 연발해야했다.
어느 오후, 그 친구가 또 말을 건다. 내가 또 한번 "Sorry?"하자. "I'm tired"라고 한다.
나도 피곤해서 "Yes, I'm tired too." 라고 하자. "No, I'm tired of you." 란다.
갑자기 뒷골부터 성질이 뻗쳤지만 일단 참기로 하고 돌아가 일을 보는데 뭔가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생각할 수록 점점 열이 받은 나는 그 친구를 계속 쳐다봤다.
몇 번 눈이 마주치자 그 친구는 "what?"이라고 했고,
나는 이때다 싶어서 싸움을 걸었다. "지하 창고로 따라와."
그제서야 그 친구는 미안하다고,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한다. 주위에서 말려줘서 일이 커지지 않아 다행이다.
하루는 비비큐 사장이 함께 한인타운에 있는 매장에 가자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따라나섰다.
미국에서 처음 타보는 자가용이었다.
꽉 막힌 맨하탄을 벗어나 한강대교같은 다리를 건널 땐 뉴욕 드라이브는 이런 맛이구나! 했다.
참 맛있었다.
도착한 매장은 맨하탄점 보다 10배는 커 보였다. 말이 비비큐 치킨이지 2층 건물에 술도 함께 파는 넓은 바였다.
치킨을 한 마리 뜯으며 사장이 얘기한다.
"너 나랑 일 해볼래?"
"네? 전 관광비자로 왔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서포트 해 주면 비자 받을 수 있어."
"아, 괜찮은 것 같지만 전 대학교 졸업도 해야하고, 일단 곧 있으면 한국도 돌아가야하고,,,,"
"천천히 생각해봐. 괜찮은 놈 같아서 그래."
나를 이용하려는건지 뭔지 의심이 갔지만 그래도 듣기 좋은 말이었다.
결국 인연이 닿지 않아 끝 까지 함께 일 할 순 없었지만 그 한 마디가 내가 잘 하고 있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 라는 각오를 다질 수 있게 했다.
일을 하다 어이없는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한 흑인이 매장에 들어오더니 5불 짜리를 8개를 주며 20불짜리 2장으로 바꿔달란다.
나는 다른 일로 바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바꿔줬는데 자신은 5불짜리를 10장을 줬는데 왜 40불만 주냐고 한다.
"어? 그랬나?" 하고 5불짜리 10 장을 줬을때는 이미 그 흑인은 사라지고, 난 아차!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단골 학생 두 명이 와서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한다.
이번엔 안당한다. 그들이 미리 건넨 5불 짜리 8장을 돈 통에 넣어두지 않고 따로 놔뒀다가
"아까 10장 줬는데 왜 40불만 줘?" 하길래
"이게 니네가 줬던 돈이잖아." 하며 아까 그 돈을 보여주자 그냥 나간다.
양심의 가책이 없는지 다음 날 아무일 없다는 듯 인사하고 들어와 치킨을 시켜먹는다.
이런 경험 하나 하나를 단순히 관광만 했다면 얻을 수 있을까?
그 당시는 사기당한 돈을 내 시급에서 제해야했지만 이후에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얻었으니 그걸로 퉁 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