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 필요한 것들.


나는 준비성이 많이 없는 편이다.  
즉흥적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일단 하고본다. 
준비도 많이 안하고, 생각도 많이 안하고, 그냥 저지르고 본다.
5개월이 넘는 미국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그 흔한 캐리어 하나 구입하지 않았다. 
'이게 필요한가?' , 
'무거울 것 같은데?', 
'이건 가면 있겠지.'
슬리퍼도 하나 안챙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하고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막상 또 여행을 한다면 그때보다 짐을 덜 가지고 갈 것 같다.

호스텔에 며칠 묵으면서 만난 친구의 여행 가방을 보고 '와, 저런 것도 있구나..' 했다. 
등에 메고 다닐 수 있는 커다란 백팩. 
저거 하나 있으면 세계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왼쪽 :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의 가방. 오른쪽 : 내가 가져온 전부.

누군가 물었다.
"너 여행가방 무거워?"
"아니 별로."
"그게 니 인생의 무게야."

짐이 많으면 인생도 여행도 무거워지나보다. 뭐든 간단한게 좋다. 

내가 가진 전부는 작은 배낭 하나,  카메라, 옷 3벌, 속옷 몇개, PDA 이게 다이다.  칫솔도 깜빡해서 미국 공항에서 구입했다. 

슬리퍼도, 수건도 없다. ‘가면 있겠지.’ 가 내 주된 생각이었고, 가면 있었다.

집주인 토니가 티를 여러장 줘서 플로리다에 있는 내내 옷장이 넘쳐났다.



비상시 필요한 약도 꼭 챙겨가라고 한다. 
물론 긴급 상황을 대비해서 약도 종류별로 챙기면 좋지만 그냥 왔다.
단지 이것 저것 많이 들고다니는게 싫었다.

학창 시절엔 가방도 안들고 다니고, 책도 학교에 놔두고 다니고, 주머니도 항상 비워놨다. 
무언가가 주머니에 들어있으면 귀찮고, 빨리 빼버리고 싶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다니는거 싫어하고, 
그래서 군대에서 참 힘들었다. 
철모도 써야하고, 허리엔 요대도 차야하고, 수통도 달고, 탄창도 달고, 어깨에 총도 매야하고 이것저것 참 많다. 
게다가 행군을 하는 날이면 ....

“내가 아프러 가니?” 라고 얼버무리며 그 흔한 밴드도 가져오지 않았다.

미국에 온지 이제 3주가 되어간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4주차. 

벌써 보름이 넘는 시간이 흘렀구나.

군에 입대 후 훈련소에서 1주차, 2주차, 3주차,,, 명찰에 한줄, 한줄 매직으로 까맣게 칠해가며 시간을 보내던 생각이 난다. 

5주차 훈련이 끝나면 진짜 군 생활이 시작이 되는 것처럼 나도 미국에서 5주를 보내면 진짜 미국 생활이 시작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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